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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장기 이야기 속으로 (우암 송시열 편)
작성자 브레인TV
등록일 200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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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를 서민들이 가장 즐겨두던 때는 조선시대이다. 우암 송시열에게도 장기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친척 상을 당해 고향에 내려갔던 영의정 송시열이 평복 차림을 한채 민심을 살피며 한양으로 올라오던 중 잠시 비를 피하고자 주막에 들었다. 얼마 뒤 요란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관복을 입은 웬 젊은이가 들어와 주막 주인에게 방을 내놓으라고 큰소리를 치는 것이 아닌가.

주인이 빈방이 없다고 해도 관원은 막무가내였다. 주인은 하는 수 없이 그를 송대감이 묵고 있는 방으로 데려와 동숙을 청했다. 송대감이 자리를 비켜주자 젊은이는 인사도 없이 털썩 아랫목을 차지하고 앉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관원은 무료했든지 "첨지, 우리 장기 한 판 둠세"하며 말을 건네 왔다. 장기라면 송대감은 국수급... 이 젊은이가 상대가 되겠는가. 첫판을 보기 좋게 지고 난 젊은이가 다시 한 번 두자고 했지만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젊은 관원은 그제서야 노인을 얕잡아 본 것이 미안했는지 인사를 건넸다. 첨지가 영감으로 격상됐다.
"영감, 우리 서로 수인사나 합시다."
"예, 저는 성은 송나라 송(宋)가요, 이름은 때 시(時)자, 매울 열(烈)자를 쓰는 송시열이요."
젊은이는 '아뿔사' 죽었구나 싶었다. 관복은 입고 싶어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 엽관운동을 하였던가. 이제 겨우 조그마한 벼슬자리 하나 얻어 부임지로 가는 길인데 이젠 끝장이구나. 이렇게 생각하다가 젊은이는 냅다 송대감의 뺨을 때리며 큰소리를 질렀다.
"이 나쁜 놈의 첨지! 어디서 감히 영의정 대감의 함자를 함부로 도용하느냐."
젊은이는 "고얀지고"를 연발하면서 장대비 속으로 말을 타고 달아나 버렸다. 호되게 얻어맞은 우암 대감은 빙그레 웃으며 뺨을 만지고는 달아나는 패기만만한 젊은이의 모습에 속으로 '큰 인물이 될 놈이로다'하고 생각했다.
주막 주인을 불러 물어보니 이웃 고을에 사는 아무개 아들인데 엽관운동으로 벼슬을 얻고 오늘 부임지로 가는 길이라 일러주었다.

송대감은 젊은이의 큰 배짱과 임기응변의 뛰어남을 감탄하면서 한양으로 올라간 즉시 임금에게 청하여 그를 평양부사로 승진시켰다. 장기 한 수 배우고 뺨까지 때려주고 벼슬을 얻게 된 젊은이도 보통 인물이 아니었지만 송시열 대감의 사람 볼 줄 아는 뛰어남도 높이 평가된다.

김대환PD 자료출처: 장기카페(www.janggica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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