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를 업그레이드 하는 방송! 브레인TV

제목 장기 이야기 속으로 (임재민 국수와 원앙마 포진)
작성자 브레인TV
등록일 2005-11-22
첨부파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국수타이틀을 차지했던 임재민 7단은 장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만큼 남기고 간 일화도 수없이 많다. 그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고향인 평양바닥에서는 이미 적수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이 날도 부산서 찾아온 부산국수 안성흥과 내기장기로 밤을 꼬박 새우고 피로를 못 이겨 그대로 쓰러져 잠들고 말았다. 깊은 잠에 빠진 임재민은 꿈속에서 천하의 고수를 찾아 팔도강산 유람 길을 떠났다. 평안북도 강계고을의 인적 없는 산중에 이르렀을 때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더니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사방을 살펴보니 외딴곳에 허물어져가는 오막살이 집 한 채가 눈에 띄었다. 허둥지둥 달려가 물을 밀치고 들어가자 어린동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이래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이 집에는 동자와 15세가량의 아리따운 낭자가 살고 있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자리에 누우려는데 이게 웬일인가. 방 한구석에 장기판 하나가 놓여있는 게 아닌가. 동자에게 물은 즉 "남매가 장기를 두는 것"이라고 했다. 호기심에서 한 수 배워 보려느냐고 했더니 누이가 한 수 높다는 것이다. 임재민 국수는 장난삼아 절반을 접어 줄 터이니 누이와 한 수 두어보게 해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동자가 하는 말이

"먼저 저와 한 수 겨루어 이기신다면 그때는 우리 누이와 대국토록 주선을 하겠습니다."고 했다.

"그래, 그럼 한쪽을 쓸고 한 수 배워주지" "아닙니다. 아닙니다. 두어보시지도 않고 반쪽을 접다니요. 안될 말씀입니다."

"허허 이놈 봐라. 그럼 막 두어주지"

이래서 동자와 임재민은 장기판을 가운데 놓고 둘이서 마주앉게 되었다. 연상인 임재민이 홍(漢)을 들었음은 물론이다. 내심 '내가 누군 줄 알고....'하며 장난삼아 제꺽제꺽 두어나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판세가 팽팽해지는게 아닌가. 마음을 고쳐먹고 수가 날 곳을 찾았으나 이미 때는 늦어 별수 없이 그 판을 비기고 말았다.

"선생님 장기가 보통이 아니시군요" 동자의 당돌한 말에 임재민은 어안이 벙벙하여 무어라 대꾸할 말을 읽었다.

"첫판은 저를 업신여겼기 때문에 비긴 것이지 신중하게 두셨다면 저의 수로는 도저히 당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 판은 제가 진 것으로 하고 누이를 불러내겠습니다."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낭자와 마주앉은 임재민은 이번에는 처음부터 바짝 긴장하고 한수 한수를 신중하게 두어 나갔다. 그러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기상천외의 포진에 당하지 못하고 잇따라 3판을 지고 말았다. 더 이상 두자고 할 염치도 없거니와 너무 열중한 탓에 기력조차 잃고 말았다. 하룻밤을 뜬눈으로 새우다시피 한 임재민은 새벽녘이 되자 그 집을 도망쳐 나왔다. 창피하고 분한 마음을 참을 길이 없어 허겁지겁 뛰다가 뒤를 힐끗 돌아보니 밤을 보냈던 집은 간데없고 그 자리에는 두개의 장승이 마주보고 서 있었다.

깜짝 놀란 임재민이 깨어보니 꿈이었다. 식은땀을 닦아낸 뒤 즉시 꿈속에서 낭자와 대국한 대국보를 종이에 적어 보니 그것이 원앙마 포진이었다. 임재민 국수는 그날 밤 꿈속에서 낭자로부터 처음으로 원앙마포진법을 전수받았던 것이다. 그 후 임재민 국수의 원앙마 포진은 북쪽에서 많이 행해졌으며 남쪽에선 귀마장기 포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TOP